Vol․2 ― 유키사다 감독, 한국 배우들에게 많이 들은 말은? 차기작도 검토중 "김지원과 함께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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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스토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Go" (200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2004), "리볼버 릴리" (2023) 등으로 알려진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한국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완벽한 가족"이 Lemino에서 일본 독점 방송 중이다. 고명한 변호사와 전업주부의 아내, 고등학생의 딸. 갑자기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행복해 보이던 가족들이 무너져 간다... 일본인 감독이 한국의 연속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단골이자 한국에 많은 팬을 가진 유키사다 감독에게 영화와 TV 드라마의 차이, 일본과 한국 배우의 차이,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의 에피소드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Vol․1 ― 유키사다 감독, 한국에서 최초로 지상파 드라마 도전"외국인이라고 모르게 하고 싶었어요"

 

촬영장에서 제일 들었던 한국어는 "제 생각에는"

—— 촬영장은 어떤 분위기였나요? 배우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셨어요?

유키사다 : 이번에 제가 배우들에게 제일 들었던 말은 "(한국어로) 제 생각에는"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침에 현장에 가면 배우들이 번가라 가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라고 말을 걸어줘요. 게다가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하는 거예요 (웃음). 그걸 다 듣고 나서 "그럼 저의 ‘제 생각에는’을 발표할게요.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게 제 일과였습니다. 배우들이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이라고 선언하고 나서 본인의 생각을 딱 제시한다. 이건 한국만의 특징이에요. 일본에서는 먼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상황을 봐요. 그래서 일이 더 복잡해지고 쓸데없는 일도 일어나죠 (웃음).

—— 자신의 연기 플랜을 말하러 오는 배우들을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유키사다 :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했죠(웃음). 배우들끼리 의견이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을 바꿨어요. "이게 한국인의 심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대본에 있어서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 이런 심정이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이해를 했어요. 저는 배우들을 너무나도 믿고 있어서 각자의 "제 생각에는" 을 어떻게 살려야 될지,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은 알겠고.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이거를 바탕으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배우들에게 말씀드리면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게 너무 좋은 방법이었어요. 하지만 후배는 선배에게 희망 사항을 말하지 못 한, 그런 상하 관계 같은 것도 보이더라고요. 그럴 땐 제가 연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의 의견도 받아들이고 반영하려고 했어요.

—— 여기서도 한국인의 심정을 소중히 하셨군요.

유키사다 : 그래도 저는 한국에서는 “외국 감독”이잖아요. 배우들이 생각하는 역할의 심정=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일본과는 전혀 달라요. 예를 들어 얼마나 화가 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게 일본인이죠 (웃음). 한국인은 그러지 말고 감정을 명확히 드러내니까 당연히 스토리도 바뀌고 제 상상을 넘어와요. 그것은 거리를 걷고 있어도 느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 그 외에도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유키사다: 김병철 씨와의 대화는 참 인상적이었어요. 병철 씨는 과묵한 분이신데 어느 날 원래 있었던 시나리오에 대해 "갈등이 좀 부족하다"라고 말씀하셔서. 현민의 갈등은 그려져 있지만 진혁의 딸에 대한 갈등, 남겨진 자신, 양부모로서의 갈등이 부족하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것은 시나리오 전체의 힌트가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얘기뿐만 아니라 문장으로도 남겨주셨어요. 근데 그거는 절대 위압적인 것이 아니라 "저는 이런 흐름을 상상했습니다"이런 식이었죠. 일본 촬영장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모두가 혼란스럽게 느낄 거예요. 스토리의 착지점에 왜 갑자기 그런 아이디어를 내냐고(웃음). 하지만 병철 씨는 자신의 갈등 때문이기보다는 가족 세 명의 갈등을 위해 대표해서 의견을 말씀하신 거였어요.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주택의 세트장을 해체하는 관계로 며칠 후에 그 장면을 찍어야 했고, 시나리오를 개편하면 그만큼 분량도 늘어날 테고, 짧은 시간에 해결해야 되니까 고생했지만, 되돌아보면 그 과정이 정말 창의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병철 씨는 익센트릭한 역할이 많으신데 실제로는 되게 착하고 치밀하고 진지하고 신중한 분이에요. 촬영 마지막 날에는 "어휴 끝났다!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웃음). 겉으로는 안 보였지만 뭔가 짊어지고 있는 부분이 있었나 봐요.


첫 한국 드라마 도전인데..."70일 만에 찍었거든요 (웃음)"

—— 연출 관련해서, 유키사다 감독님이라고 하면 영상의 아름다움과 음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어떠셨나요?

유키사다: 영상을 중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카메라 감독에 따라서 달라져요. 스태프 선택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니까 이번에는 면접을 엄청 많이 했어요. 봉준호 감독님 팀에서 촬영 어시스턴트를 하신 유일승 씨는 어떨까 싶어서 봉준호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데뷔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러브 스토리를 찍고 있다. 영화에 대해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다"라는 답장이 왔어요. 봉준호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면 재미있는 카메라 감독에 틀림없다고 직감하게 되더라고요. 면접을 봤더니 굉장히 겸손하고 정말 성실하고, 제가 연출한 영화 작품도 봤다고. 저와 동갑내기 카메라 감독도 두 명 소개받았지만 왠지 이 젊은 친구에게 맡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일본 영화가 자신의 밑거름이다"라고 하는 그 친구가 만드는 그림에 제가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 한번 도전해 본 거예요.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정말 멋진 카메라 워크로 만들어주셨어요. "완벽한 가족"은 70일 만에 찍었거든요.

—— 12화를 70일 만에? 게다가 TV 드라마는 처음이셨는데요?

유키사다: 네. 제작회사가 70일 만에 찍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웃음). 예산을 낮추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얘기했었어요. 카메라 감독은 그건 할 수 없다고 하고, 한국 영화도 TV도 하고 있는 조감독님에게 물었더니 "120일은 걸리네요"라고. 다른 어떤 현역 스태프에게 물어도 "1편을 5일 만에 찍을 수 없다. 100-120일은 봐야 한다"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70일 만에 찍어버렸네요(웃음). 제작회사도 예상하지 못해서 놀랐을 것 같아요. 아마 누구보다 빠르지 않았을까?

—— 그 속도로 촬영할 수 있었던비결은 뭐였을까요?

유키사다: 저도 카메라 감독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라는 생각은 버리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준비한 스토리보드는 그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현장에 맞춰서 만들어 가자는 촬영 스타일로 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감독, 조명 기사, 미술감독 모두가 뛰어난 분이셨어요. 미술감독님은 TV도 영화도 하시는 분이었는데 메인 무대인 단독 주택 세트를 정원도 포함해서 스튜디오 안에 통째로 세워 놓았어요. 덕분에 컷이나 편집을 할 필요 없이 촬영할 수 있어서 스피드를 올릴 수 있었어요. PD님께서도 예산을 많이 잡아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일본이면 세트 말고 촬영지를 찾아서 진행해달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러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거고. 단독 주택의 배경은 다 합성인데 오히려 그게 좀 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한국 드라마는 초반 단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의 영화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감독님의 작품을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이 보기에는 감독님은 청춘 영화나 멜로 영화의 이미지가 큰가요?

유키사다 : 이번 TV 스태프분들께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감독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영화계 사람들의 이미지는 압도적으로 "GO"라고 합니다. "GO"는 재일교포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큰 충격이었다’라는 말을 지금도 들어요. "GO"는 제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당시 번역을 담당해 주신 분이 이번에도 번역을 해주셨어요. 그런 의미에서도 매우 감회가 새로운 것 같아요.

——감독님은 원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셨다고 들었어요.

유키사다 :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고 할까... 한국 드라마는 4화나 5화까진 재미없어도 참아야 하잖아요. 근데 그건 한국 사람들도 다 그렇게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걸 넘으면 급속히 재밌어져요. 더 간결한 구성이 되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하지만... 스토리에는 사고를 당한다든가, 과거에 비밀이 있다든가, 재벌, 빈부격차라든가, 가족의 꼬이고 꼬인 관계가 있다든가.. 계속 쓰이는 배경이나 루틴이 있죠. 한국 드라마는 전반에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조금씩 밝혀지는데 그 과정을 넘으면 갑작스레 시동이 걸린 듯이 재밌어지는 패턴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몇 회 보다가 포기해버리는 사람도 많죠. 전 그걸 계속 신기하게 생각했었어요. 다만 제 취향이 좀 독특할 수도 있는데 마지막의 재미있는 부분보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초반 단계를…각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고 있는 장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완벽한 가족”을 연출할 때 그런 드라마 시청 경험은 참고가 되셨나요?

유키사다: "완벽한 가족"에 관해서는 참고를 안 했어요. 뭔가 항상 스토리를 잡기가 어려운 느낌이라 할까… 어떤의혹이 다시 새로운 의혹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전개 되어가고 마지막은 어딘가 다른 곳에 끌려가는 작품으로 하고 싶었더라고요. 11화, 12화쯤에선 상상도 못했던 결말에 착지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아마도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되어 있을 거예요. 긴 영화처럼 하나의 산을 만들어 가는 느낌? 이 부분에 관해서는 실제로 연출해 보면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 관심도 있었어요. 지금까지의 한국 드라마와 비슷해지지 않게 찍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봐주신 분들의 반응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눈물의 여왕"도 정주행! 김지원에게 러브콜도

——앞으로 또 한국 드라마를 제작해 보고 싶나요?

유키사다 : 얘기가 오면 하고 싶네요. 모처럼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뛰어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이번에는 한국 제작진에 대해서 "이런 걸 바라는구나. 그럼 처음부터 설명해 주면 좋았을 텐데..."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일본인은 처음부터 문제점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인은 숨기려고 해요.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그런 경향을 잘 알았기 때문에 다음에는 한국 쪽이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명확히 한 후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한작업이 많아질 것 같나요?

유키사다 : 실제로 그런 얘기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대만에서 찍을 기획도 생겼고요. 근데 합작인 경우 좀처럼 얘기가 잘되지 않아요. 저희도 엉덩이가 무거운 느낌도 있고.. 이제 시나리오도 나왔으니 빨리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웃음).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가족"은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할까요, 어쩨서인지 얘기가 스무스하게 진행되어서 실현할 수 있었거든요. 그만큼 상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끌려갔지만... (웃음). 그래도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유키사다 : 저는 예전부터 계속 이선균 씨를 좋아했어요.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이선균 씨도 홍상수 감독님의 팀원이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비보를 들었을 땐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 와중에 이번에 "완벽한 가족"을 연출하면서 통감한 게 있는데요. 한국에는 제가 모르는 뿐이지, 다양한 배우분들이 많이 있다고. "완벽한 가족"의 배우들 도너무 좋았고 넓은 스팩트럼을 가진 배우들이 많아요.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고르자면 "눈물의 여왕" (2024)의 김지원 씨. 그분은 작품에 따라 전혀 분위기가 달라져요. 사실 지금 한국과 일본의 합작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꼭 김지원 씨가 출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씨는 아름다운 뿐만 아니라 꿋꿋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눈물의 여왕"은 다 봤는데 주인공 두 분이 정말 훌륭했어요. 꼭 실현하고 싶네요.

■방송정보
"완벽한 가족"
Lemino에서 일본 독점 방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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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者 : Kstyle編集部